신들이 모이는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두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밀너 박사는 뇌졸중이나 여타의 두뇌 손상 때문에 생기는 시각적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박사는 다이앤이 치료를 위해 부모가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로 왔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게 통상적인 시각검사를 해보았다. 그 말의 전통적인 의미에서, 다이앤이 맹인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녀는 검안표상의 가장 큰 글자도 읽을 수 없었고, 그가 둘 혹은 세 개의 손가락을 보여주었을 때 몇 개의 손가락을 펴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어느 순간, 밀너 박사는 연필을 들고 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다이앤은 평소처럼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다음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이리 줘보세요. 무엇인지 보게.”

그녀는 손을 뻗어서 능숙하게 그의 손에서 연필을 뺏어갔다. 밀너 박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물을 만져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손에서 연필을 가져갈 때의 능숙함 때문이었다. 연필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그녀의 손가락은 한 번의 연속적인 동작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연필을 향해 움직였고, 연필을 집은 다음 그녀의 무릎 위로 가져갔다. 그녀가 맹인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군가가, 가령, 그녀 속에 있는 무의식적인 좀비가 그녀의 행동을 안내하고 있는 것 같았다.(여기서 내가 좀비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의식이 없는 존재를 뜻한다, 그러나 좀비가 잠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같은 컬트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그것은 완벽하게 깨어있으며 복잡하고 숙련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흥미를 느낀 밀너 박사는 다이앤의 숨겨진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시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녀에게 직선을 보여주며 물었다.

“다이앤, 이것은 수직입니까, 수평입니까? 아니면 비스듬히 기울어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다음에 그는 수직으로 가늘게 뚫린 홈을 보여주며 그것의 방향을 물었다. (실제로는 우편물 투입구였다.) 그녀는 또다시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가 편지를 주며 구멍에 넣어보라고 하자, 그녀는 도저히 못하겠다며 머뭇거렸다.

“괜찮아요. 한번 해보세요. 편지를 부친다고 생각해보세요.”

다이앤은 망설였지만, 그는 해보라고 재촉했다. 다이앤은 편지를 받아들고, 편지의 방향이 구멍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도록 손을 틀면서 홈 쪽으로 가져갔다. 그녀는구멍의 방향이 수평인지, 수직인지 아니면 비스듬히 기울었는지 말하지 못했지만 능숙한 동작으로 편지를 구멍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아무런 의식적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이를 수행했다. 마치 앞서 언급한 좀비가 그 일의 책임을 맡아 그녀의 손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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