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모이는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암흑 속에서 쫓는 것은 빛이 아닌 단언할 수 없는 움직임, 잇따르는 소리, 이따금 온기이거나 온기라고 믿고 싶은 거리감. 잠깐 꿈에서 깬 듯이 보이고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눈은 무슨 소용일까 하며 눈을 감는다.

박민희의 작업은 무대가 아닌 목소리를 주인 삼는다. 그리고 내 몸도 함께 주인이 된 인상이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몸을 볼 수 없을 때, 내 몸은 공기와 관계 맺는다. 몇 배속 느려진 시간 속에서. 어디선가 시작된 소리가 공기 중에 흩날리다가 이내 사라진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만 사라졌을 뿐, 소리가 있었던 순간은 언젠가 꾼 특별한 꿈처럼 다시 희미하게 꺼내질 것이다. 말로 글로 혹은 화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살아있음의 신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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