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모이는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신.모.산.바.불.

신비한 경험이었어요. 하나의 감각이 차단되면서 다른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되는 시간이요. (잡생각도 그만큼 차올랐지만…) 만약 사전에 어떤 공연인지 알았더라면 머리로는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 해도 눈앞에 가득찬 어둠이 어떻게 느껴질지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공연자의 움직임 소리에 익숙해질 때쯤엔 분명히 적외선투시경 같은 것이 사용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조명이 켜지고 그런 기계장치는 없다는 것이 드러났을 때 조금 놀랐고, 그 놀라움이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 이제 (마치 커졌던 동공이 다시 조여지듯) 조금 더 뚜렷해졌는데요. 관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곳에서 같이 어둠을 뒤집어쓰고 있었다는 진실이, 그 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