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모이는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언제 다시

-아티스트 박민희를 좇아 간 공연

어, 객석이 왜이래
엥 앞이 하나도 안보여

묘하다..,
.
.

어! 박민희씨다

계속 이런식으로 가는 건가?
몰라아 걍 듣자~~

새로운 청각적 감각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하루 자고 난 다음날 아침이다. 명함 사이즈의 작은 안내물을 다시 읽는데 아차차„당했다. 내가 나한테, 스스로 당했구나.

[눈에 보이는 바 없으니 구별하여 가를
것이 없고.. ..없구나. 구별해 가름도, 옳고 그름도, 모두 다 내려놓고.. 자신에게 돌아가자.]

시야가 차단된 채로 박민희의 소리를 찾아보려던 눈알의 분주한 움직임. 그걸 내려놓고 누구의 소리라는 판단 없이 함께 또 따로 피워지던 목소리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던 몸. 갑자기 어제 느꼈던 두가지 감각이 떠오르면서 순간 부끄럽고 짜릿했다. 분명히 어제까지는 이 공연이 좋은 경험 정도였는데 이 순간부터는 다시 하고 싶은 경험이 됐다. 한번 더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외투 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가야지! 왠지 그러면 공간을 채운 기운들에 더 가까워져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