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모이는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能樂

현대 노가쿠를 둘러싼 편견 혹은 고정관념에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사고 정지思考停止’ 현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 정지’란 어떤 대상을 완벽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보고 그 대상에 의문이라고 하는 지적, 감성적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역시 전통에 부수하는 현상이지만 현대의 노가쿠는 하여튼 이런 ‘사고 정지’ 현상이 뚜렷하다.

예를 들면 이것은 노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많이 일어나는 현상인데, 무대가 잘 이해되지 않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때 그 이유를 연기자나 무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감상하는 자신의 지식과 능력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훌륭한 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탓이라는 건데, 이런 현상은 현대 연극이나 현대 공연예술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즉, 암묵적으로 노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정해놓고 노를 보고 자연스럽게 느꼈던 감정을 봉인해 버리는 것이다. 이야말로 ‘사고 정지’ 현상이 아닌가.

이런 현상이 꼭 초심자나 관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썩 좋은 예는 아닐 수 있지만 예를 들어서 쇼와 시대의 명인이라 칭송 받던 호쇼류의 노구치 가네스케의 일화를 보자. 그가 어떤 노 작품 1막을 끝내고 막 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사이 무대에서 교겐 배우가 작품의 줄거리를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노가 그런 노였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노의 경우 그것이 비록 배우라 할지라도 시적이고 난해한 노의 문장을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리 드문 예는 아니다. 또 그것을 두고 비난할 수도 없다. 노의 노래를 배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텐데, 노래를 부를 때면 이상하게도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어떤 문구의 의미가 폐부에 저미도록 와 닿을 때가 있는데, 아마 노구치 선생도 그때 그런 체험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건 수준이 높은 ‘사고 정리’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랜 전통 때문에 관습화된 부분이 많은 노가쿠에서는 배우들 사이에도 이런 현상이 종종 이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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